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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G 저널] F1 서킷에서 체험한 기아자동차 스팅어 시승기

[HMG 저널] F1 서킷에서 체험한 기아자동차 스팅어 시승기

DISCOVER [HMG 저널] F1 서킷에서 체험한 기아자동차 스팅어 시승기 HMG저널 2017. 7. 27. 14:24 이웃추가 본문 기타 기능 본문 폰트 크기 조정 본문 폰트 크기 작게 보기 본문 폰트 크기 크게 보기 가 공유하기 URL복사 신고하기 ‘와우!’ 스팅어를 처음 만났을 때 제 입에서는 작지만 강한 탄성이 나왔습니다. 직업의 특성상 가끔 운이 닿으면 출시되기 전에 신차를 만날 기회를 얻곤 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제품을 분석하는 입장에서 만나기 때문에 최대한 이성적인 관점에서 차를 바라보게 되죠. 하지만 아주 가끔 마음을 흔들어 놓는 모델을 만나게 되는데, 스팅어가 바로 좋은 예입니다. 다이내믹한 바디 실루엣과 절제된 럭셔리로 다듬어낸 인테리어가 매우 인상적이었죠. 이런 차는 여태껏 우리 나라에 없었습니다.  스팅어를 다시 만나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디자인이 전하는 메시지가 달리는 감각에서도 일관되게 전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몇 달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스팅어를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짧은 상설 서킷이 아니라 F1 레이스카가 달리던 규격의 서킷 풀코스를 달리면서 말이죠.  스팅어의 시트입니다. 주행에 부족함 없는 안정감을 전해줍니다 실로 고급스러운 스티어링 감각 처음 시승했던 건 스팅어 3.3 GT. 피트 레인에 차량을 정렬하고 운전석에 앉아 시트 포지션을 맞춰봅니다. 나파 가죽이나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 등 인테리어를 호화롭게 만드는 럭셔리 아이템도 있지만 무엇보다 GT에 어울리는 장비들이 눈에 띕니다. 정지한 상태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시트입니다. 쿠션 길이를 조절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트 양 옆의 볼스터도 조절할 수 있어 마른 체형을 가진 사람도, 혹은 저처럼 두툼한 체형을 가진 사람도 충분한 사이드 서포트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시트를 정밀하게 조절하니 보기보다도 타이트하게 몸을 잡아주는 느낌이 좋습니다. 부드럽게 몸을 감싸는 나파 가죽은 또 다른 포인트입니다. 길이 잘 든 야구 글러브 안에 앉아있는 느낌, 마음을 열고 나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건장한 친구 같다고나 할까요. 스포티한 성격의 차량이긴 하지만 불편함을 강요하는 레이시(Racy)한 시트와는 전혀 다릅니다.피트 구간을 서서히 달리며 몸으로 전달되는 정보를 수집해 봅니다. 무게 중심이 꽤 낮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실제 무게 중심도 낮지만 그보다는 진득하게 움직이는 서스펜션의 튜닝 감각이 차체 움직임을 더욱 진득하게 만들고, 묵직한 안정감으로 완성시켜 전달합니다. 스티어링 휠도 묵직합니다. 실제 조작감이 그렇게 무겁지는 않지만 적절하게 더해진 마찰이 안정적인 감각을 만들어냅니다. 마찰이 부족하고 미끌거리듯 가벼운 점이 어색해 질타를 받던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의 감각과는 확실히 다른, 유럽차의 감각입니다. 피트를 나와 1번 코너를 돌아나갑니다. 스티어링 감각과 접지력, 엔진 반응을 살피는데 그 중 스티어링 감각은 일관성이 돋보입니다. 직진부터 1바퀴 이상 돌리는 영역까지 감각의 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이런 스티어링 감각은 고속 주행에서 안정감이 매우 높습니다. 또한 접지력이 변하는 상황을 쉽게 체감할 수 있죠. 굳이 예민하게 굴지 않아도 차량이 내보이는 기본 감각이 일관적이기 때문에 약간의 감각 변화도 쉽게 감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로 고급스러운 감각입니다.  스팅어는 묵직한 스티어링 휠을 가졌습니다. 유럽차 이상의 조향 감각을 전해줍니다. 촬영을 위해 군데군데 카메라가 붙었습니다. 스팅어는 한계까지 밀어붙였을 때 진면목을 발휘한다 스팅어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저는 접지력이라 말하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후륜 구동 고성능 모델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불필요한 모험을 즐기는 스타일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스팅어는 3.3 GT 후륜구동 모델이 가장 맘에 들더군요. ‘안전하지 않다면 즐겁지도 않다’는 지론을 가진 제가 4륜 구동의 안정성을 마다한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놀라운 일입니다. 그만큼 스팅어의 접지력이 탁월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죠. 접지력이라는 것은 평소에 안정적으로 노면을 달릴 때에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접지력을 잃으려는 순간에야 비로소 접지력이라는 것을 체감하게 되죠. 제가 타본 스팅어는 접지력의 한계점도 인상적이었지만 그보다 한계 영역에서의 접지 감각이 우수하다는 점이 대단했습니다.접지력의 한계 영역을 잘 다루어 낸다는 것은 곧 브랜드의 섀시 튜닝 능력이 상당하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100%의 접지력 가운데 99.9%까지 완벽하게 안정적인 차라고 한들 100.1%에서 갑자기 돌변한다면 어떻게 운전자가 그 차를 믿고 한계 부근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까요? 아마도 접지력의 95% 정도만을 사용하면서 언제 한계를 넘어갈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거나, 혹은 아예 반대로 한계를 넘겨 미끄러뜨리며 (호쾌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느린) 드리프트를 주로 하게 될 것입니다. 스팅어는 바로 이 접지력의 한계 특성이 매우 탁월합니다. 한계를 넘어서기 전의 느낌, 한계에 다다르면서 전하는 경고의 느낌, 그리고 한계를 넘어섰을 때의 조종 감각이 매우 일관적입니다. 따라서 실수로 한계를 넘을 가능성도 적고, 설령 실수로 한계를 넘어가더라도 어떻게 대응할지 준비할 수 있습니다. 한계 영역에서 스팅어의 접지 감각은 정말 우수합니다. 말은 쉽지만 결코 쉽게 할 수 없는 영역의 기술입니다 브레이크를 잘 사용해야 하는, 본격적인 스포츠 성향의 모델 보통 접지력의 한계 안쪽에서부터 한계 너머까지를 연결하는 흐름이 차의 성격을 규정합니다. 예컨대 일반적인 세단은 한계가 아직 남아있을 때부터 미리 경고를 줘서 위험한 상황을 방지하는 데 주력한다면 레이싱 머신은 최대한 접지력을 꺼내 사용할 수 있도록 경고를 주는 중간 지대가 매우 짧습니다. 스팅어는 스포츠 드라이빙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명료한 감각을 보장하면서도 갑자기 접지 한계를 만나 당황하지 않도록 적절한 수준의 사전 경고를 잊지 않습니다. 말은 쉽지만 이런 것들은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한 영역인데, 스팅어는 상당히 잘 다져진 수준에서의 접지 조절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스팅어를 운전하면서 당황한 곳이 딱 한 군데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모두 1번 코너를 지나 1.2km의 직선에 이어지는 예각 코너인 3번 코너였죠. 풀 가속으로 최고 속도를 기록한 뒤 풀 브레이킹으로 속도를 줄여야만 하는 어려운 코너입니다. 저는 이 곳에서 세 번이나 충분히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코너 바깥쪽으로 부풀어오른 라인을 타고 말았습니다. 과속이었을 수도, 브레이킹 포인트를 놓쳤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모델을 탈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왜 유독 스팅어를 탈 때만 자꾸 실수를 하게 되는 걸까요. 트랙을 달려보면 알 수 있습니다. 스팅어는 브레이크를 제대로 사용해야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본격적인 스포츠 성향의 모델이라는 걸 말입니다 고민스러웠습니다. 접지력 컨트롤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스팅어를 타면서 접지력 때문에 당황했기 때문이죠. 시승이 끝난 뒤에도 고민은 이어졌고 어렴풋이 답을 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팅어는 앞바퀴에 하중을 실어주는 과정이 필요한 후륜 구동 GT 모델이죠. 그런데 저는 이미 하중이 앞에 쏠린 전륜 구동 모델에 익숙한 운전자였습니다. 게다가 스팅어는 휠베이스가 길고 서스펜션이 탄탄해 전후 하중 이동이 많지 않고, 느낌이 극적으로 체감되지 않는 외형을 가졌죠. 휠베이스가 짧은 소형 스포츠 세단이라면, 혹은 서스펜션이 부드러워 차체의 움직임이 많은 모델이었다면 하중 이동이 더 쉬웠을 것입니다. 즉, 스팅어는 브레이크를 제대로 사용해야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본격적인 스포츠 성향을 지닌 모델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스팅어의 특성에 점점 익숙해지며 제동에 신경을 더 쓸수록 스팅어의 조종 감각은 훨씬 명료해지고 코너링 궤적을 제어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습니다. 확실한 하중 이동을 통해 제동 직후 들어간 짧은 코너에서는 평소 꿈쩍도 않던 뒷바퀴를 코너 탈출시 가속 페달 조작만으로도 간단하게 옆으로 흘리며 드리프트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운전에 집중할수록 더 많은 것을 꺼내 보여주는 스팅어는 대놓고 화끈하기보다 속에서 조용히 불꽃을 태우는 모델이었던 것이죠. 스포츠 모드에서 VSM(자동차 통합제어 시스템)을 끄지 않더라도 적절한 드리프트를 허락하는 VSM 세팅은 차의 성격에 어울리는 섬세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GT에만 적용되는 기계식 LSD는 구동력을 노면으로 충실하게 전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스팅어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브렘보 사의 브레이크 시스템을 씁니다. 강렬한 레드 캘리퍼가 인상적입니다 재미와 안락함을 모두 잡은 팔방미인 3.3L 트윈 터보 엔진은 1300rpm부터 터지는 최대 토크가 보여주듯 자연스러움과 풍성함이 돋보입니다. 하지만 4.9초라는 제로백 수치는 빠르기는 해도 운전자를 흥분시키는 감성은 살짝 부족합니다. K9 같은 럭셔리 세단에서는 세련되고 부드럽게 느껴졌던 8단 자동 변속기도 스팅어에서는 조금 더 명료하고 결단력 있는 성격이었으면 좋겠더군요. 2.0L 터보는 달리기 능력을 발휘하기에는 충분한 성능을 내지만 단단한 스팅어의 섀시를 잠에서 깨우기에는 조금 부족합니다. 하지만 재미보다는 안정감, 그리고 스포츠와 스타일을 동시에 원하는 분들에게는 2.0 터보도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시승이 끝난 뒤, 저는 긴 여운에 사로잡혔습니다. 3.3과 2.0도 만족스러웠지만 확실히 스팅어의 차체는 좀 더 화끈한 성능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스팅어에 5.0L 타우 엔진을 얹으면 어떨까? 포텐셜이 충분할 것 같은데’ 같은 생각을 말이죠. 하지만 마음의 흥분이 가라앉자 나를 보고 웃는 스팅어의 미소가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스팅어는 럭셔리 스포츠 GT입니다. 재미있게 탈 수 있는 차이지만 동시에 안락하고 폼나게 탈 수도 있는 팔방미인인 것이죠. 대부분의 운전자는 지금 이 상태로도 충분히 재미있게 탈 수 있는 차입니다. 물론 저 같은 자동차 저널리스트에게는 그 맵시 좋은 드레스 안에 감추어진 탄탄한 몸매가 힐끗 보일 때마다 자꾸 가슴이 요동치는 것이 문제기는 합니다.  지금까지 이런 국산차는 없었습니다 스팅어는 어깨에 잔뜩 힘만 들어간 친구도, 그렇다고 해서 옳은 소리만 골라서 하는 답답한 친구도 아닙니다. 눈빛 만으로도 마음을 서로 읽을 수 있는 믿음직한 친구이지만 때로는 함께 일상을 박차고 떠날 줄도 아는 멋진 친구입니다.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국산차는 없었습니다. 글. 나윤석  필자는 아우디 브랜드 매니저, 폭스바겐 코리아의 프로덕트 마케팅 팀장, 폭스바겐 본사 매니저, 페라리 총괄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및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자동차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전달하고 있다.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HMG 저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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