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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건설] N서울타워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죠?

    [현대건설] N서울타워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죠?

    [현대건설] N서울타워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죠?

    DISCOVER [현대건설] N서울타워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죠? HMG저널 2018. 8. 13. 13:28 이웃추가 본문 기타 기능 본문 폰트 크기 조정 본문 폰트 크기 작게 보기 본문 폰트 크기 크게 보기 가 공유하기 URL복사 신고하기 높이란 무엇일까요? 그렇게나 탐나는 과실인가요? 단순히 도시 풍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는 매력만으로는 높이 오르고자 하는 치열함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바벨탑을 짓다 혼쭐이 난 구약의 교훈도, 하늘을 날던 비행기가 그대로 꽂혔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의 사고도 높이에 대한 인간의 정복욕을 늦추지 못했습니다. 이탈리아의 볼로냐에 가면 97m 높이의 탑이 도심에 비죽 솟아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웃한 건물에 비해 이상하리만치 높은 탑은 12~13세기에 무려 180여 개에 이를 정도로 작은 도시 안에서 빼곡했다고 전해옵니다. 그림으로 남은 과거의 모습을 보면 이곳이 중세의 볼로냐인지, 21세기의 맨해튼인지 모를 지경입니다. 탑은 대개 방어 목적으로 세우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높이와 밀도가 지나칩니다. 이 미스터리한 광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심심치 않게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요즘도 가장 높이 자립할 수 있는 구조물을 짓고자 하는 인류의 뜻은 굳건합니다. 1957년 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1마일(1,600m) 높이의 타워를 일리노이 주에 짓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물론 실현되지는 못했죠.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828m)가 한동안 '세계 최고 높이 빌딩'이라는 타이틀을 수성하고 있지만, 2020년 완공 예정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 타워(1,000m)를 필두로 킬로미터 단위에서의 경쟁이 줄줄이 예약되어 있습니다. 인류는 궤도 엘리베이터를 연결해 로켓의 힘을 빌지 않고 우주에 다다르는 그날까지 한 단 한 단 묵묵하게 계단을 얹을 태세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얼마 전 롯데타워가 완공되기까지 가장 높은 곳에서 서울을 지배하던 존재는 N서울타워였습니다. 서울타워의 높이는 236.7m에 불과해서 우리가 익히 아는 에펠탑(324m)이나 도쿄타워(333m)에는 못 미치지만, 남산에 위치한 까닭에 해발고도로는 무려 479.7m에 이릅니다. 탑의 구조는 본관 5층 건물이 기단을 차지하고, 2층 높이의 광장과 콘크리트 탑신(135.7m), 이 탑신을 둘러싸고 있는 전망대 및 철탑(101m)의 다섯 단계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현대건설은 전망대를 제외한 전 공정을 맡았습니다. 1969년에 공사를 시작해 1975년에 지금과 같은 모습을 드러냈으니 오랜 세월 왕좌를 차지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1962년 한국 최초의 아파트로 기록된 마포 아파트의 높이는 본래 10층을 목표로 했으나 기술이 부족해 6층으로 하향조정되었습니다. 31층 110m 높이의 삼일빌딩이 지어졌을 때가 1970년, 250m의 63빌딩이 그 높이로 우리를 놀라게 했을 때가 1985년이었습니다. 당시에도 여전히 아파트들은 지면에 더 가까웠습니다. 70년대에 그 높이는 지금 우리가 잠실 롯데타워의 높이에서 느끼는 충격과 비슷했을 것입니다. 정보가 구석구석 닿지 않던 시대였기에 신화와 같은 영웅적 이미지 뿐 아니라 베일에 감춘 신비로움도 함께였습니다. 그래서 혹자는 남산 터널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배출하기 위한 굴뚝을 짓나보다 생각했었다고 합니다.  서울타워가 세계 각지를 대표하는 타워들과 뚜렷하게 다른 점은 산 위에 놓였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이 다녀간 수많은 도시들을 떠올려 보세요. 이렇게 산 위로 타워가 들어선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에펠탑, 도쿄타워, 토론토 CN타워, 베를린타워, 상하이 동방명주, 모두 지상에서 건물들과 이웃하며 도심의 좁은 땅을 차지할 따름입니다. 개인적으로 서울타워의 이러한 위치는 다소 아쉽습니다. 도심에 위치했다면 산을 오른다는 특별한 각오 없이도 근처를 지나가다 우연히 들를 수도 있었을 테니까요. 풍압의 영향을 덜 받으니 그 높이도 더하고, 건물들에 가려져있다 거대 괴물처럼 불쑥 등장하는 도시적 연출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어쩐지 좀 더 친숙하고 낭만적인 대상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대다수의 시민들에게는 이보다 더 낭만적인 건축은 없다고요? 그렇습니다. 사랑의 자물쇠 덕이겠지요. 사랑의 자물쇠는 이탈리아의 작가 페데리코 모치아가 독자의 재미를 위해 소설 상의 설정을 이용한 데에서 비롯됩니다. 이전에도 자물쇠를 채우는 커플은 종종 있었으나 2006년에 로마의 밀비우스 다리에 첫 자물쇠를 채운 뒤 본격적인 유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남산에서는 루프테라스 펜스에 2006년 12월 6일에 자물쇠가 처음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후로 드라마와 예능에서 대표적인 커플 이벤트로 소개되며 대중들의 폭발적인 참여로 이어졌습니다. 그간 연인들이 걸었던 자물쇠를 다 수거하면 새로운 타워를 하나 더 지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서울타워와 비교되곤 하는 도쿄타워의 모습입니다. 에펠탑의 형태를 본땄죠 맹렬한 사랑의 힘이 뒷받침 해주지 않아 올라갈 의욕이 안 생긴다고 툴툴대지만, 산으로 둘러싸이고, 언덕이 많은 서울의 지형적 특성을 잘 살린 결과이니 겸허히 수긍할 수밖에 없습니다. 건축이란 무릇 지역과 시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 때 좋은 건축이라는 수식을 더하기 마련인데, 그런 의미에서 서울타워는 썩 괜찮습니다. 18,000여개의 철골을 몇 미리 오차도 없이 조립한 에펠탑의 불가사의와, 이러한 제작과 디자인을 흉내 낸 도쿄타워와 달리 서울타워는 주요 구조체인 탑신이 철근콘크리트로 이루어졌습니다. 가장 큰 이유라면, 아직 철을 생산하거나 조립할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이지요. 특히 60~70년대 우리나라 경제 사정을 고려하면 철의 가격은 만만치 않습니다. 그 도쿄타워조차 구성하는 철강의 1/3이 한국전쟁에서 파괴된 미군 탱크를 녹여 충당했기에 가능했습니다. 타워를 세울 남산의 지반은 화강석암반과 부식층이 함께 섞여있어서 6,000제곱미터에 달하는 땅을 다지느라 여유가 없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우리는 당시 중공업의 약진과 함께 시멘트의 원료를 저장하는 사일로(silo)를 많이 만들 시기여서 철근콘크리트로 속이 빈 원기둥을 만드는 데 익숙했지 않았나 예상해 봅니다.  서울타워는 전파를 송수신하는 철탑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긴 편입니다. 전체 높이의 1/3 정도를 차지합니다 타워는 전망대를 높이 둔다는 단순한 목표를 수행하는 만큼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구조를 이상적으로 여깁니다. 괜히 요란한 장식을 더한다거나, 쓸데없이 기둥을 두껍게 할 이유가 없지요. 중력에 대응하는 방식이 누가 봐도 직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모습이 솔직하기에 아름답습니다. 그렇다면 엇비슷한 높이의 타워들은 어디에서 개성이 나타날까요? 타워를 설계한 건우사의 장종률 건축가에게 이는 쉽지 않은 과제였을 것입니다. 거의 모를 거라 생각하는데, 서울타워는 82년에 세계거탑연맹(WFGT)에 등록되었습니다. 회원이라는 사실보다 그런 이름의 연맹이 있다는 점이 더 흥미롭지 않습니까? 연맹의 홈페이지에서 타워의 유형을 살펴보면 콘크리트 탑신으로 지지되는 구조의 대다수는 탑신이 무척 길고, 전망대 상부의 철탑은 짧습니다. 그런데, 서울타워는 그 독특한 입지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였는지, 전파를 송수신하는 철탑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긴 편입니다. 다른 타워들이 10등신 이상 된다면, 서울타워는 소박한 3등신 비례로 보입니다. 이러한 비례는 어쩐지 정겹고 소박해서 인공건조물임에도 자연과 제법 잘 어울리는 한 쌍으로 여겨질 정도입니다.  저는 지난 글에서 한 도시를 충실히 이해하려면 길을 오래 걸으라 전한 바 있습니다. 반면, 잠시 거쳐가는 관광객으로서 단시간에 도시 구조를 파악하려면 높은 곳을 찾아야 합니다. 높은 위치에서 도시를 한 눈에 내려다보는 시선은 근대 이후로 갖게 된 특권입니다. 누구라도 찾아낼 수 있는 예리한 관찰자의 태도를 통해 도시의 운명을 좌우하는 절대자가 되어보기도 합니다. 한편, 밤에는 개별적인 요소보다는 인공조명으로 밝혀진 길의 조직과 차량의 흐름이라는 선적인 요소들이 눈에 잘 들어옵니다. 낮에는 외모를 보았다면, 밤에는 혈관을 조영하는 의사가 되어 한 도시의 건강을 진단하는 입장이기도 하지요. 높은 위치에서 도시를 조망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세계 어디를 가든 통용되는 노하우가 있습니다.  고층 빌딩은 대부분 사적인 용도라 괜히 들어갔다가 로비에서 쫓겨나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있어 전망이 좋은 상층부에 레스토랑이나 카페가 위치합니다. 스펙터클한 전망을 나누겠다는 관대함 덕이죠. 관광객이 몰리는 전망대에서 기다리는 게 싫은 사람은 이렇게 커피 한 잔 가격으로 현지인이 누리는 시각을 대신해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반드시 화장실에 가보실 것을 권합니다. 의외로 화장실에서 기가 막힌 체험이 펼쳐질 때가 있습니다. 종로타워 최상층의 화장실도 대표적인 명소이지요. 서울타워 전망대의 스카이화장실 또한 그렇습니다. 도시를 상대로 영역 표시를 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죠. 이렇게 당연한 관람이 건립 초기에는 철저히 제한적이었습니다. 청와대는 물론이요, 멀리 북한까지 보인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본격적인 전파 규제도 시행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서울 시내 어디서나 북한 라디오를 들을 수 있었고, 북부지역에서는 북한 TV도 시청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타워가 건립되고 서울로 들어오는 다양한 전파를 통제하기 용이해졌습니다. 일반인이 출입할 수 있는 전망대로 사용된 것은 정권이 바뀌고 1980년부터 입니다.  본격적인 시민 친화적 공간으로서의 개편을 언급할 때, 94년의 독특한 이벤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네 역사에 우여곡절이 많았듯, 남산 또한 그러한 아픔을 고스란히 안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1920년 일제가 세운 조선 신궁을 들 수 있습니다. 신사에 이르는 장대한 직선 계단은 산세에 흉악한 흔적을 남겼습니다. 지금의 팔각정 근처에는 본래 민간 신앙을 위한 남사당이 있었습니다. 일 년에 두 번씩 별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라 우리에게 성스러운 곳이었죠. 자신들의 신사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 사당을 일제가 가만히 둘 리 없었습니다. 남사당이 지금 인왕산으로 옮겨진 데에는 이렇게 아픈 사연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식물원이 들어선 남산 중턱은 외국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지은 외인 아파트의 차지였습니다. 병풍처럼 펼쳐진 아파트는 보기만 해도 답답했습니다. 신사가 정신적인 점령이라면, 외인 아파트는 시각적인 테러이자 그 규모로 인해 더욱 거만한 태도로 읽혔습니다. 다행히 94년에 남산의 미관을 회복한다는 명목으로 아파트를 철거하기로 결정합니다. 서양의 해체 신기술을 적용하여 좌우로 펼쳐진 건물이 한쪽 끝에서부터 차례로 주저앉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육중한 콘크리트가 어느새 두부처럼 다소곳하게 엎드려 금세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비로소 서울타워는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지며 아이콘으로서 굳건히 자리매김합니다.  영화 <버닝>의 스틸컷입니다. 서울타워 전망대에서 반사된 햇빛만이 여주인공 해미에게 희망을 주죠 산꼭대기에 있다는 거리감 때문인지, 혹은 언제나 그 자리에 서있는 존재는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정서적 나태함 탓인지, 영화나 소설에서 서울타워가 주인공과 개별적인 관계를 맺는 경우를 좀처럼 보기 어렵습니다. 이를테면, 최근 영화 <버닝>에서 주인공의 삶에 구체적으로 관여하는 서울타워와 같이 말이죠. 극중에서 해미는 북향이라 언제나 음습한 원룸에서 거주합니다. 그래서 하루에 한 번, 타워 전망대 유리에 반사된 햇빛이 방을 밝히는 찰나만이 가난으로 박탈당한 인간다운 삶을 회복하는 시간입니다. 해미는 틀림없이 해가 북쪽에 뜬 그 모순된 순간을 좋아할 것입니다.  이렇게 건축이 언어를 넘어서는 방식으로 나에게 말을 걸고, 내 방 안으로 들어와 일상에 개입하는 순간을 발견하려는 시도는 중요합니다. 그저 누군가 계획했기에 어쩔 수 없이 눈에 띄는 대상에 불과한 건축에게 개성과 인격을 부여하는 것은 그러한 각자의 태도입니다.  글. 배윤경(건축가) 건축가 배윤경은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네덜란드 베를라헤 인스티튜트(Berlage Institute)를 졸업했다. 현재 대학에서 건축 설계와 이론을 강의하고 있으며, 여러 미디어에 건축 관련 글을 쓰고 다양한 강의도 한다. 저서로 <어린이를 위한 유쾌한 세계 건축 여행>, <암스테르담 건축기행>, < DDP 환유의 풍경>(공저), <가까스로 반짝이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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